안녕하세요.
고려대학교 형사법학회 03학번 안태욱이라고 합니다.
저희 형사법학회에서는 고려대학교의 자랑스런 행사인 형사모의재판을 매년 개최합니다. 요즈음의 법학교육은 여러 교수님께서도 지적하셨듯이 지나치게 이론에 치우쳐있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법은 단순히 이론구성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생활을 규율하는데 목적이 있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사법시험 역시 ‘법이론가’가 아닌 ‘실무가’를 뽑는 시험인 것입니다. 형사모의재판은 이러한 법학교육에 있어 이론과 현실의 괴리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합니다. 역사 또한 깊어서 1939년 보성전문시절 우리나라 최초로 개정되어서 그 이후 학내의 사정으로 잠시 중단되었지만 고려대학교로 승격 개편(1946. 8)된 후 1962년부터 재개된 이래 거의 매년 개정되어 이번에 벌써 36회째를 맞게 되었습니다.
이번 형사모의재판의 주제는 학습지 회사측의 학습지교사에 대한 부당영업요구와 건물내 침묵시위의 형법적 고찰입니다. 제 36회 형사모의재판에서는 노동법의 사각지대 아래 놓여있는 학습지교사의 (소위 허수영업이라 불리는)부당영업에 대한 사건을 가상으로 구성하여 사용자의 근로기준법상 형사책임을 다루어 봄으로써 학습지교사에 대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성 여부를 재해석해 보고자 했습니다. 현재의 법리상으로 보면 근로자성을 배제하고,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의 규정을 통해 해석하는 방법도 있으나, 현재 근로자성 여부가 문제되고 있는 시점에서 근로기준법의 해석을 통하여 사안을 탐구해보는 것이 이번 주제의 첫번째 취지입니다. 또한 최근 대표적인 시위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는 침묵시위에 대하여 이를 학습지교사들의 노동조합이 침묵시위를 벌였다는 방식으로 가상으로 구성하여 보았습니다. 학습지교사들의 경우 근로자성을 인정받고 있지 못하여 오랫동안 노동조합을 구성하지 못하다가 2001년 산업별 노동조합의 형식으로 조합을 설립하였습니다. 그러나 근로자성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노동조합의 주체성이 부정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으며 사측과의 단체교섭에서도 장애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하여 학습지교사가 쟁의행위를 했을 경우 그 쟁의행위의 적법성과 침묵시위의 형태를 취할 경우 형법상의 죄책을 지는가에 대하여 고찰해 보는 것이 이번 형모재의 두번째 취지인 것입니다.
저희 형사모의재판을 단순히 하나의 연극으로 치부할 수는 없습니다. 주제는 현실에 산재해 있는 사회문제를 바탕으로 하고 조서를 쓰는 것에서 판결문을 쓰는 것까지 모든 형법적 지식을 망라하며, 뒤에는 법대교수님들의 든든한 도움이 있습니다. 따라서 형사모의재판은 사실인 허구이며, 그러한 사회적 문제에 대한 법원의 태도와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부디 참석하셔서 어떤 정의로운 판결이 내려질지 주목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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