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 노동계는 기아자동차 노조의 채용개입비리, 민주노총의 대의원대회무산, 금융노조의 임원선거 유보 등 노동 운동계에 불어 닥친 내홍과 함께 신자유주의를 이론적 무장으로 한 자본의 공세에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지경이었습니다. 올해에 산적한 비정규직 전선확대, 공무원 노조, 산별교섭 정착 등 굵직한 현안들에 대한 정비를 통한 3월부터의 임단투 준비를 위한 시기에 터진 사건들이라 노동계 당사자들의 곤혹스러움은 더할 것입니다. 게다가 한국노총의 위원장 선거도 당초 예상됐던 단일후보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4파전으로 전개되었으니 그 향배도 무척이나 예단을 불허합니다.
우리 희망연대는 폭풍처럼 휩쓸고 지나간 패배의 충격 속에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는 당원 동지들의 질타와 격려에 희망의 불씨를 살리며 1년 가까이 지냈습니다. 녹색사민당에 참여했던 개인과 단체들은 각기 자신의 자리에서 지난 시기의 정치활동을 평가하고 자신의 조직을 개혁하기 위해 뼈를 깎는 아픔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지난 해 10월 말에는 ‘한국사민당창당주비위원회’를 띄워 올해 창당을 목표로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서두른다고 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지난 총선의 교훈을 바탕으로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전제 하에 전 녹색사민당의 당직자들이 다시 뭉쳐 정치지형의 변화 또한 예의주시하며 일정 정도의 역할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한국노총의 위원장 선거를 코앞에 두고 우리 희망연대는 일정한 곳으로부터 이번 선거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 희망연대는 자연스럽게 노조와 노동자 정당과의 고전적 역할 관계라는 틀을 고려하게 됩니다. 영국은 노조가 정당을 지배했고 독일은 노조와 정당이 경제투쟁과 정치투쟁을 분할해서 사회복지제도를 통한 코프라티즘적 관계를 형성했습니다. 우리 희망연대가 이런 예들을 고려한 노조와 정당의 역할론에 대해서 독자적 견해를 세울 입장에까지 발전한 것은 아니지만 노총과 노동자 독자정당의 관계를 결국은 통합될 수밖에 없는 변증법적 관계로 본 그람시의 입장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희망연대와 한국노총의 관계설정, 정말 간단치 않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 관계설정에 대해서는 다소간의 이론적 고민의 과정이 필요할 걸로 보입니다.
어떻든 희망연대가 추진하는 독자정당이라는 틀은 한국노총 개혁을 견인하는 역할을 할 것이고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위한 민노당의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판단으로 좌고우면하지 않고 한 길로 왔습니다. 그래서 우리 희망연대는 민노당의 약진에 기웃거리면서 여기 저기 모두에게서 대접도 못 받는 무늬만 개혁적인 기회주의도 배격하고 기존의 정치방침에 의한 기존보수정당에 대한 기웃거림도 용납하지 않습니다. 우리 희망연대는 오직 합리적 진보의 틀과 사민주의를 기치로 신자유주의에 대응하는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근간으로 한 국민정당 건설을 위해 매진할 것입니다.
이것이 후보에 대한 개별적 선호에 대한 판단에 앞선 우리 희망연대의 이번 선거에 대한 공식 입장입니다. 이런 의지를 표명하는 후보만 있다면 우리 희망연대는 1천 5백명 회원들과 그 중 30여명의 단위노조 위원장님들께 저희 희망연대의 공식입장을 공표하면서 적은 힘이나마 선거운동에 적극 참여할 것입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아직 어느 후보도 희망연대가 추진하는 사민주의 독자정당에 대한 견해를 밝힌 후보가 없습니다. 노총도 근 1년에 가까운 부작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이용득 후보의 희망연대에 대한 비협조적 성향을 잘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미래에도 반드시 그러리라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희망연대는 과거의 녹색사민당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고 무척 노력해왔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희는 깊은 안목을 가진 노동운동가들과 함께 할 것을 누차 강조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노총지도부의 영향, 사실 크기도 하고 또 그걸 등에 업으면 좋기는 하겠지만 그럼에도 크게 신경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 희망연대가 미리 앞서 개별 후보에 대한 입장표명, 하지 않겠다고 정리했습니다. 왜냐하면 현장과 함께 가는 길만이 우리의 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 길이 노동자독자정치세력화의 지름길이며 한국노총의 실질적 발전이라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2005.02.04. 희망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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