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님 불어보세요! 해경, 전천후 음주운항 단속 큰 효과
올해 1만6000회 측정 13명만 적발… 알코올 0.08% 넘으면 연행
넘실대는 물결이 끝없이 펼쳐진 인천 앞바다. 파도가 25t급 형사기동정 P-129호에 사정없이 부딪친다. 해경 5명, 전경 4명이 탄 이 배는 바다 위의 음주 운전, 즉 ‘음주 운항’을 단속하는 중이다. 11일 오후 3시. 20m쯤 앞의 배를 향해 기동정의 이명훈 경사(43)가 벨을 누른다.
앰뷸런스 소리와 비슷한 ‘삐이 삐이’하는 경보음이 요란한데도 배가 멈추지 않았다. 이 경사는 확성기로 “앞에 가는 ○○호, 잠시만 서 주십시오. 검문검색 하겠습니다”라고 몇 차례 방송했다. ○○호가 멈추자 기동정이 다가간다. 전경 두 명이 밧줄로 ○○호와 기동정을 단단하게 묶은 다음 연결 발판을 얹었다.
이어 해경 2명이 ○○호로 건너가 음주측정기를 선장 입에 댄다. 육상에서 쓰는 측정기와 똑같은 것이다. “아, 거 참 술 안 마셨다니까….” 선장 이모(53)씨는 불만스런 표정으로 입김을 분다. P(Pass)모드. 음주하지 않았다는 표시다. 만약 F(Fail)모드가 뜨면 술을 마셨다는 뜻으로, 다시 혈중알코올농도 측정기를 불게 한다.
0.08% 이상이면 기동정에 옮겨 태운다. 연행이다. 5t 미만인 배는 0.08~0.11%는 50만원, 0.11~0.26%는 100만원, 그 이상이면 200만원 벌금형이다. 생계형 영세 어선이 대부분이어서 면허 정지나 취소는 없다. 하지만 5t 이상인 배는 0.08 이상이면 최고 징역 2년이나 1500만원의 벌금을 물게 된다.
바다에서도 음주운항 단속이 벌어진다. 낮·새벽·한밤 가리지 않고 수시로 나서기 때문에 검문 횟수도 꽤 많다. 97년 단속 시작 이래, 2003년 1만1211회, 2004년 1만9939회, 작년 4만7778회를 측정했다. 음주운항으로 걸린 사람은 2003년 61명, 2004년 63명, 작년 93명이었다. 올 들어선 4월 말까지 1만5999회를 측정해 13명이 적발됐다. 측정 횟수를 기준하면, 음주운항 선박이 꾸준히 줄고 있다. 단속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얘기다.
정장(艇長) 한상철(40) 경위는 “출항할 때 꼼꼼하게 검사해도 가끔 보온병이나 페트병에 몰래 소주를 넣어 가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전용주 (27)경장은 “측정을 거부하거나, 안 마셨다고 뻗대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했다. 뺑소니도 거의 불가능하다. 최대 시속 33노트(약 60㎞)인 해경정보다 빠른 배는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걸리면 그냥 체념한다고 한다. 어려움이 있다면 궂은 날씨. 파도가 심하면 배를 건너 타기가 쉽지 않고, 기동정이 저쪽 선체에 흠을 낼 수도 있다.
음주운항이 많은 배는 어선, 그중에도 낚시꾼이나 관광객을 태운 작은 배가 많다. 승객이 선장이나 기관장에게 ‘한 잔만 하라’며 권하는 경우가 많은 탓이란다. 단속 대상은 직접 키를 잡는 선장과 기관장뿐이다. 작년에 적발된 93건 중 어선이 65건이었다. 연행 기준의 두 배가 넘는 혈중알코올농도 0.189% 상태에서 아무 생각 없이 몰다가 배를 소래 포구 뻘 위에 올려놓은 어선 선장도 있었다고 한다.
한 경위는 음주운항도 음주운전 못잖게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항로를 벗어나면 암초가 수두룩하고, 공사장에서 흘러와 떠도는 건자재는 또 얼마나 많은데요. 자동차처럼 급브레이크를 밟을 수도 없잖아요. 대형 상선은 급정거해도 11㎞나 미끄러져야 멈춰요. 술 마시고 배 몰면 큰일납니다.”
인천=오윤희기자 oyoun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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