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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근해 어종분포 바뀐다…그 많던 조기·갈치는 어디갔지?
글쓴이 : 박창호   작성일 : 2007-07-02 조회수 : 948
연근해 어종분포 바뀐다…그 많던 조기·갈치는 어디갔지?



[세계일보 2007-07-02 09:08:13]



‘연평도는 우리나라 최대의 조기 어장,
동해의 대표 어종은 명태, 멸치는 남해, 오징어는 동해의 특산물….’

1970, 80년대만 하더라도 상식으로 통한 이런 말들이 지금은

사실이 아니다. 서해에서 많이 잡히던 조기와 갈치는 씨가 말랐다.

동해에서는 명태와 정어리가 사라졌다.

각각 남해와 동해 어종을 대표하던 멸치와 오징어는

서해에서 잘 잡히는 첫째, 둘째 어종으로 올라 있다.

우리 연근해에서 잡히는 어종은 그만큼 바뀌었다.

수온이 낮은 동해에서도 동중국해에 사는 아열대성 어종이

발견되곤 한다. 이를 놓고 일부 전문가는 지구온난화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하지만 해수면 온도 변화만으로

현상을 설명할 수는 없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연근해 대표 어종이 바뀐다=지난달 초부터 서해 격렬비열도 주변은 밤마다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전국에서 몰려든 어선들이 밤새 불을 밝힌 채 오징어잡이에 열중이다. 어로작업은 9월 말까지 계속된다. 이곳에서 오징어 어획량이 부쩍 늘어난 건 4∼5년 전이다. 오징어는 서해에서 70년대 연평균 7000t가량 잡히던 것이 2000년대 들어 5만t으로 급증했다. 같은 난류성 어종인 멸치 어획량도 70년대 2만5000t에서 90년대 8만3000t, 2000년대 17만9000t으로 크게 늘었다.

반면 서해에서 가장 많이 잡히던 조기와 갈치는 이제 거의 안 잡힌다. 69년 11만2000t이던 것이 90년대 5만3000t, 2000년대 1만6000t으로 어획량이 급감했다. 갈치도 69년 24만3000t, 80년대 44만2000t까지 늘다가 90년대 12만4000t, 2000년대 1만5000t으로 줄었다.

동해에서는 오징어가 으뜸이고 이어 대구, 임연수어, 꽁치 순이다. 한류성 어종으로 70, 80년대 동해를 대표한 명태는 거의 흔적을 감췄다.

남해에서는 90년대부터 지금까지 멸치, 고등어, 오징어, 갈치가 1∼4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자원연구팀 최광호 연구사는 “한반도 주변 주요 어종은 시대별로 바뀌면서 우리 밥상에 올려지고 있다”면서 “정어리만 하더라도 40년대 가장 많이 잡혔는데 지금은 거의 자취를 감췄다”고 말했다.



◆아열대성 생물 출현과 수온 상승=특히 전문가들은 아열대성 생물이 남해는 물론이고 동해에서까지 발견되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해수면 온도가 올라갔음을 보여주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남해에서는 아열대성 붉은바다거북과 라스톤입방해파리, 해마 등이 발견됐다. 동해에서는 초대형 가오리와 보라문어가 다량으로 잡힌 적도 있다. 제주도 해역에서 볼 수 있던 산호초 군락이 강원 울진 왕돌초 해역과 독도에서 관찰됐다는 보고도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 차형기 연구관은 “동해에는 한류성 어종이 많긴 하지만 아열대 어종도 드물게 발견되긴 했는데, 보라문어와 가오리, 갯장어, 바다뱀 같은 게 계속 출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동해와 서해 수온은 계속 조금씩 오르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잇따른다. 한국해양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기후변화에 따른 동해 중장기 변동 반응 연구’에 따르면 과거 100년간 동해 표층수온은 약 2도 상승했고 80년대 중반 이후에는 매년 0.06도씩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해수산연구소 손재경 박사는 “지난 4월 조사 때 서해 수온은 조사 전역이 골고루 평년에 비해 1도가량 높았는데 6월 조사에서는 지역에 따라 예년보다 높은 곳도, 낮은 곳도 있지만 1도에서 2, 3도 높은 곳이 더 많았다”면서 “수온 상승은 하나의 경향임이 분명하다”고 진단했다.

◆“한류 어종 사라질 것” vs “속단할 수 없다”=앞으로 지구온난화가 심각해지면서 차가운 수온에서 사는 어종은 점차 사라질 것이라는 극단적인 전망도 있으나 대부분 전문가의 판단은 신중하다.

한국해양연구원 이재학 해양기후환경연구단장은 기후변화와 어종 변화의 상관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그는 “동해의 수심 2000∼3000m 해수 온도가 올라가고 표층 온도는 더욱 빠르게 오르고 있는데, 서태평양 해수 온도 상승과 동해 쪽 아시아 대륙의 대기 온도 상승이 원인으로 꼽힌다”면서 “바다 생태계를 지배하는 요소가 수온인데, 수온에 민감한 어종은 분명히 영향을 받는다”고 강조했다.

이에 서해수산연구소 황학진 박사는 “어종 변화를 생태계 쪽으로만 해석해선 안 되고 인간 활동, 즉 특정 어종의 남획이 원인일 수 있다”면서 “서해에서 멸치가 많아진 게 수온이 올라간 영향도 있겠으나, 대형 어종인 참조기와 갈치가 줄어드는 등 여러 요인이 중첩된 결과”라고 맞섰다.

최광호 연구사는 “기후변화로 한류성 어종이 없어질 것이라는 극단적인 예측도 있으나 그렇게 되려면 동해 전역 수심 200m 이하를 뒤덮고 있는 동해 북부의 차가운 물이 따뜻해져야 하므로 엄청난 시일이 걸릴 것”이라면서 “하지만 과거 한라산 고지1400m 이상에서 나타나지 않던 참억새가 1500m, 1700m에서 군락을 보이는 것처럼 제주도 주변에서 나타나던 특이 어종이 동해에서 출현하는 빈도와 양은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박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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