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산림조합장 선거 후보3명 사전영장 각종 조합 선거는 ‘돈 선거’라는 항간의 소문이 경찰 수사 결과 사실로 드러났다.
◇대의원 1인당 500만∼900만원의 금품 살포=지난 8월7일 실시된 충남 ㅅ군의 산림조합장 선거에는 조합 이사 출신 등 3명이 출마했다. 선거일 보름전인 7월23일부터 고아무개(46)씨와 함아무개(66)씨 등 3명의 후보자들은 투표권을 가진 김아무개(54)씨 등 28명의 대의원들을 집중공략했다.
이들은 대의원들을 일일이 만나 식사를 대접한 뒤 1만원권으로 준비된 돈봉투를 건넸다. 돈을 건넬 때 100만원 단위는 편지봉투를, 200만∼300만원 단위는 서류봉투를 이용했다. 500만원 단위에선 쇼핑백이 동원됐다. 28명의 대의원중 20명이 이렇게 돈을 받았다. 한 대의원은 후보 3명에게서 모두 900만원에 이르는 돈을 받아 챙기기도 했다. 이렇게 넘어간 돈이 대의원 1인당 500만원 정도였다.
선거 결과 고아무개씨가 28명의 대의원중 15명의 표를 받아 조합장에 당선됐다. 하지만 당선의 기쁨도 잠시. 당선된 조합장도, 떨어진 후보들도 금품 살포 사실이 드러나 산림조합법 위반 혐의(금품수수 등)로 경찰에 의해 사전구속영장이 신청됐다.
◇돈 덜 써서 떨어졌다=후보중 1명인 함아무개(66)씨는 2일 오전 서울지법에서 실시된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담당판사가 “선거에 떨어진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냐”고 묻자 “돈을 덜 써서 떨어졌다”고 답했다. 함씨는 대의원 한명당 100만∼200만원씩 모두 2400만원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 관계자는 “조합장에 당선된 고씨의 경우 한명당 500만원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19명의 대의원들에게 돈을 전달한 흔적이 있어 최소 1억원은 뿌렸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조합장 후보 3명이 적어도 1억3천여만원에 이르는 돈을 뿌린 것으로 보고 있다.
◇1년만에 본전 뽑는다=문제가 된 ㅅ조합은 조합원 2537명, 자산 80여억원이 전부인 조그마한 조합이지만, 조합장이 행사하는 권한은 만만치 않다.
5천여만원의 연봉에 판공비와 차량 유지비 등 명목으로 연간 1억여원의 급여가 지급된다. 배기량 2000㏄의 중형차도 나온다. 조합 대출의 최종결제권까지 쥐게 된다. 자기 명의로 무이자 대출도 받을 수 있다. 이러니 대출결정 과정에서 뒷돈 거래도 가능하다. 나아가 사람에따라 지방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런 탓에 농협이나 인삼협, 산림조합 등 각종 조합의 선거는 ‘수천만원을 뿌려도 1년 안에 본전을 찾는다’는 말이 있다”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조합장 선거가 더 과열 기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전국에서는 지금까지 모두 80개의 농·축·임삼협과 2개의 산림조합 장 선거가 열렸으며, 이중 17곳의 선거과정에서 금품수수나 향응제공 등 범법행위가 드러나 6명이 구속됐다. 경찰은 조합장 선거가 같은 마을에서 잘 아는 이들 사이에 진행되고, 대의원들만 투표권을 가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부정부패 실태는 더 극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 2003-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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