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동 변호사의 노동현안리포트]
최승진 위원장의 건투를 빕니다
김형동 변호사 오늘은 인천항만예인노조 위원장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해고된 지가 2년이 다돼 가지만 지금까지 그가 보여 준 의연한 태도는 교과서에서만 접한 것 같은 활동가의 모습으로 손색이 없다. 그리고 지금 진행하고 있는 싸움에서도 반드시 이기리라고 믿는다.
최승진 위원장이 한국노총 중앙법률원을 찾은 것은 지난해 여름이 끝날 무렵이다. 당사자 본인과 조합원 2명의 부당해고 사건을 상담하기 위해서였다. 최 위원장은 당시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이 노동부나 노동위원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 한스럽다”고 털어놓았다. 얘기의 요지는 “본인의 해고와 관련해 지방노동위원회와 선원노동위원회 중 어느 곳도 관할이 아니라고 한다”, “예인선 노동자들은 분명한 근로자이고, 따라서 현재 행해지는 초과근로에는 합당한 수당이 지급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편 사용자는 최 위원장을 해고하면서 8개의 해고사유를 들었다. 위원장이 해고자라는 이유로 단체교섭도 거부했다. 그는 회사로부터 해고를 당한 것도 모자라 해고사유를 근거로 형사고소와 민사상 손해배상, 통장 가압류까지 당한 상태였다.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을 다한 것이고, 최 위원장 입장에서는 민사·형사·행정 사건 모두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만일 일반인이 이런 상황에 처했다면 두 손을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달랐다. 자신이 무너지면 노조가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고, 모든 사건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이러한 그의 생각과 행동에 많은 이들이 동의 했다. 매일노동뉴스가 기획보도를 하는 등 예인선 노동조합의 현실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고, 한국노총 인천지역본부와 노무사·변호사 등 전문가들이 현장과 법정에서 예인선노조를 돕겠다고 나섰다.
이러한 최 위원장의 의지와 주위의 노력이 지난 가을부터 서서히 성과를 내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으로부터 “예인선 종사들은 근로형태로 보아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아야 할 근로자”라는 판결을 받아 냈고, 인천지방법원으로부터는 “미지급한 각종 수당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얻어 내는 성과를 거뒀다. 지금의 추세라면 머지않아 “위원장의 해고가 부당하다”는 확정판결도 받아 낼 것이다.
더 큰 성과는 처음에는 위원장이나 인천 항만예인선노조만의 작은 싸움이라 여겨졌던 것들이 외부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우선 예선업 종사자들이 스스로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돌아보게 됐고, 이는 적극적인 근로조건 개선 요구로 이어졌다. 그러한 예가 바로 최근 울산항 등에서 시작된 파업이다.
파업이 진행되자 언론은 앞 다퉈 ‘불법이다’, ‘선장은 근로자가 아니다’, ‘기간산업을 마비시키는 파업은 금지돼야 한다’ 등의 왜곡보도를 하기도 했다. 파업의 결과는 작지 않았다. 일반 시민들이 예선업과 종사자들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됐고, 정치권은 파업 해결사를 자임하면서 지역으로 달려가기까지 했다.
정부도 예선업의 실태를 제대로 조사해야겠다는 쪽으로 생각을 바꿨다. 지난 8일 열린 ‘전국항만예선노동자들의 근로조건 실태결과 및 정책발표회’와 같은 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전적으로 최 위원장 개인의 노력으로 시작된 용역이었지만, 각계 전문가들이 보다 깊이 연구하는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에서 최 위원장과 고작 60여명의 조합원으로 조직된 노조가 보여 준 실력은 그들이 처한 환경과 상대방을 고려할 때 엄청난 것이었다. 회사가 노조를 분열시키려는 데 혈안이 돼 있었고, 전임자임금도 아예 지급하지 않는 최악의 상황에서 거둔 성과였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렇듯 어려운 상황에서도 최 위원장이 보여 준 의연함에 호감을 가졌다. 무엇보다 조합원 전체를 생각하는 모습에서 “노조가 이래서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에 감동을 받았다. 20대 중후반의 젊은 조합원들이 위원장·해고자들과 함께 노동부청사 앞에서 함께 시위를 하고, 자신의 일처럼 재판에 참석하는 모습은 지금껏 필자가 경험하지 못한 것이었다.
최근 한국노총이 진행했던 천막농성에도 예인선노조원들은 시간만 나면 참석하는 열의를 보여 주기도 했다. 이러한 최 위원장과 노조의 노력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필자를 비롯해 우군을 자처하는 사람들의 노력이 더욱더 필요하다. 담당 정부부처나 의견을 달리했던 사람들이 보다 성의를 갖고 이 사건의 본질을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 싸움은 최 위원장 개인이나 어느 조직만의 일이 아니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고, 본인들의 지위도 모른 채 그저 회사의 일방적인 지시에 따라 묵묵하게 일한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일한 만큼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가’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