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반 아이들은 고3이란 이유로 청소도 대충하고
청소도 안해놓고 주위에 떨어진 쓰레기 몇개 주워놓고
청소했다고 하는 놈들이 많아졌었다.
그렇다고 공부를 잘한것도 아니여서..
매번 모의고사 꼴등은 우리반 차지였다.
교실엔 먼지와 보이지 않는 쓰레기로 점점 가득차서
어느순간엔 정말 시궁창이 돼버렸고
그런 모습을 바라보면서
담임선생님은 정말 화가 나버렸던 것이다.
결국
선생님은 청소 10분전에 교실에 들어와서는
앉아있는 우리들에게 말했다.
"너희들, 청소를 너무 게을리 하는것 같다고 생각안하나?
우리들은 대답이 없었고
선생님은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모두 책상 뒤로 밀엇!!!"
난 생각했다.
"오늘 기합 한 번 근사하게 받겠구나"
책상을 모두 뒤로 밀어놓고.
우리들은 가만히 서서 기합받을 준비를 하고있었다.
그때 선생님이 한마디 하셨다.
"모두 복도밖으로 나가라"
책상 밀어놓고 기합을 받을줄 알았는데
갑자기 복도로 나가라고 하다니..
의외였지만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복도로 나갔다.
우리 모두가 복도로 나가자
선생님은 갑자기 빗자루 하나를 꺼내들더니
혼자서 교실청소를 하시는게 아닌가!
빗자루로 깨끗히 할 수 없는 곳에는
손가락을 긁어내면서 열심히 청소하셨다.
우린 정말 몸들 바를 몰랐다.
선생님께서 저런 모습을 보여주자
엄청나게 미안했고 또 죄송하면서도
우릴 혼내지않고 몸소 청소를 하시는 모습이 감동이었다.
"허억! 얘들아!! 모두 청소도구를 들어라!!!"
나의 외침에
모두들 청소도구를 들고 교실로 들어가려던 찰라!!
선생님이 우릴 돌아보시더니 가라앉은 목소리로
"들어오지마라.."
흠칫!!
만화책에서만 보던 살기라는것이 이런 것인가.
우린 엄청 쫄았다.
결국 우린 교실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고
그날 청소는 선생님께서 다 해버리셨다.
그 다음날에도
또 그 다음날에도 마찬가지였다.
선생님은 청소시간 10분전에 들어오셔서
애들보고 책상만 뒤로 밀어놓으라하시곤
혼자서 손가락 발가락 다 쓰시며 청소를 하셨다.
그렇게 1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우리들 마음속의 송구스러움과 부끄러움은 극에 달했다.
결국엔 모두들 더이상 이럴순없는 결론에 도달.
고3이라는 이유로 자율학습으로 변경되버린 H.R시간에
우린 작전회의에 돌입했다.
"야! 선생님이 이렇게 혼자 청소하시는 것도 1주일째다."
"어떡하지!! 청소가 하고싶단 말이다!!!"
"담탱이 손가락을 잘라버릴까? 구석구석 긁어내지 못하게"
"헛소리 그만해라. 내일은 청소시간이 되기전에 미리 청소를 해두자!!"
"좋았어!! 빗자루를 얼마만에 쥐어보는거냐! 으하하!"
어느 순간 아이들 모두
선생님의 감동 퍼포먼스를 중단시킬 수 있다는 생각으로
청소자체를 엄청 즐기고 있다는걸 발견할 수 있었다.
그날
청소시간 한시간전에..
우린 모두 놀러나가지도 않고 매점에도 가지 않고
모두 교실에 모여서 열심히 청소를 했다.
태어나서 그렇게 열심히 청소한건 정말 처음이었다.
그리고 청소시간.
우리가 봐도 교실은 눈부실 정도로 빛나고 있었고
여기저기 손보지 않은 곳 없이 환상적인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선생님이 들어와서도 교실을 한번 쭈욱 훑어보더니
피식 웃으시며 한마디 하셨다.
"책상 뒤로 밀어라.."
당황스러웠다.
이렇게 열심히 해놨는데 대체 뭐가 필요하단 말인가.
우린 정말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책상을 능숙하게뒤로 밀었고
선생님은 조용히 또 혼자서 어디선가 왁스를 가져오시더니
교실바닥에 왁스칠을 하셨다.
그때 그 기분
진짜 미안스럽고.. 그냥 돌아버린다.
이번에는 무슨일이 있어도 말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본사람은 알겠지만
교실전체에 왁스칠하는거 장난이 아니다.
진짜 힘들다.
우리반 애들 모두 교실문을 박차고 들어가 선생님을 말렸다.
"선생님. 청소좀 그만하세욧!"
선생님을 그렇게 교실밖으로 쫓아보내듯 밖으로 내보내고
우리들은 모두가 힘을 합쳐 교실에 왁스칠을 했다.
한 10분이 흘렀을까..
"야!!! 큰일났다!!! 담임샘이!! 담임샘이!!!"
"응???? 무슨일인데??"
"지금 담임샘이 화장실 청소한다!!!!"
"아아악-_-!! 정말 어떻게 되신거 아니냐?"
당황스러웠다.
우리반은 화장실 옆에 있는데
각반마다 한달씩 돌아가면서 화장실 청소를 하고있었다.
우리가 화장실 청소 담당이었으면 말도 안한다.
그달은 우리 청소담당도 아니었다.
애들 모두 청소하는거 잠시 멈추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역시나 선생님이 다른반 애들 다 쫓아내버리고
혼자서 화장실 청소를 하고 계셨다.
게다가 대걸레를 물에 빤 다음
그걸 손으로 짜고 계셨다.
대걸레를 빨면 발로 밟아서 물을 짜내는 것이
일반적인데 선생님은 그렇지 않았다.
끝까지 손으로 짰다.
그걸로 똥묻은 변기통 다 닦아내고
다시 빨고 손으로 짜고..
그때 그 기분..
글로 설명하기 어렵다.
결국 그렇게 화장실청소를 끝내시고는
아무말없이 교무실로 돌아가시는 선생님을 보면서
우린 또한번 정말 초라해졌다.
청소 게을리하다가 정말 호되게 당하는구나 생각도 들었다.
청소시간이 끝나고
교실에 모두 모인 우리들은
다시 작전을 세우기 시작했다.
"오늘도 우리의 완전한 패배다.. 우짜노?"
"청소도구함에 불을 지르는게 어때?"
"야! 반장! 니가 목숨걸고 선생님이 오는걸 막으면 안되나?"
"미쳤나. 맞아 죽으라고?"
"반장 니는 학생의 지팡이 아이가? 하는일이라곤 인사시키는것밖에 없으면서;"
결국 반장과 부반장이 희생하기로 결정을 봤고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상황을 대비해서
우리끼리 청소담당구역을 다시 새로 짰다.
우리 교실을 중심으로
복도와 계단.. 그리고 어제의 그 화장실까지..
인원수를 새롭게 재구성하고
청소를 위해서 합숙까지 모두 마쳤다.
드디어 다음날 청소시간!!
"반장, 부반장은 지금 선생님의 이동을 저지하러 출동한다!!"
"복도 청소는 10분안에 모든 청소를 완료하고 계단청소와 합류한다!"
"화장실청소는 나중에 혹시라도 올지 모를 담임을 대비해서 문을 잠궈놔라!!"
"교실은 무조건 깨끗해야된다!! 왁스칠을 잊지말것!!"
우리반 애들 모두 흥분했다.
이제부터 이건 청소가 아니라 전쟁이었다.
이건 깨끗하게 하기 위한다기 보다
이기기 위한 청소였다.
하지만.. 나만 그랬을진 몰라도..
그렇게 청소를 하는 동안 왠지모를 즐거움이 느껴졌다.
뭐든지 하고싶을 때 하는 것이 정말 사람을 기쁘게 하는것 같았다.
반장 부반장은 교무실에 매복해 있다가
담임이 나오는 순간 달려들어
선생님을 저지했다.
그때를 틈타 우리반 애들은 청소했다.
청소가 끝난 후 온 교실을 둘러봤을 때
우리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정도로 열심히 했단 말인가.
드디어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왔다.
반장과 부반장도 따라 들어왔다.
우리는 청소를 다 끝내놓고 각자의 자리에 앉아 선생님을 바라보고 있었다.
선생님은 한동안 가만히 아무말도 안하고 계셨다.
그러시더니..
조용히 입을 여셨다.
"이젠 잘할 수 있겠더냐...?"
우리반아이들은 모두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선생님을 바라볼뿐.
"청소든 공부든..
뭐든 자기가 하고싶을 때 해야되는거다.
지금은 내가 이렇게 청소를 대신해줄 수 있지만.
공부는 내가 대신해줄 수 없다는 거 알지?
지금 이 시간이 지나서
언젠가 너희가 정말 공부가 하고싶을 땐
그땐 어쩌면 너무 늦었을지도 모른다.
모두들.. 그걸 기억하고
뭐든 최선을 다하는 우리반이 되도록 하자.
공부는 꼴등이지만 청소만은 이제 우리반이 1등인것 같구나"
그리고 다음달 모의고사때
우리반은 기적처럼 전체 이과반중에서
2등을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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